ESSAY

시인 나태주의 여행을 상상하다


우리의 일상은 날마다 올망졸망 비슷하다. 가끔은 따분하고 짜증이 나고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때로는 이러한 감정이 우울한 감정을 갖게 하고 드디어는 불행감으로 연결되기도 하리라. 당신이 현명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마이너 감정에 과감히 블레이크를 걸 줄 알아야 한다.
여행 말이다. 여행을 계획하고 여행을 감행해 보는 거다. 대개들 여행이라 그러면 먼 나라로 떠나는 여행만을 생각하기 쉽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들 인생 자체가 여행이고 하루하루가 또 여행이다. 어딘가 우리가 모르는 저 세상에서부터 이 세상으로 떠나온 여행 말이다.
정말로 하루하루의 삶 자체가 여행이다. 여행이란 무엇인가? 우선은 낯설고 새로운 환경과의 만남이겠고 호기심, 동경이 이끄는 세계로의 나아감이다. 다시금 생각해보라! 우리의 삶 하루하루가 얼마나 새롭고 두려울 정도로 낯선 것과의 만남 그 연속이겠는가.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자그만 여행이고 도시의 곳곳을 돌아보는 것도 여행이겠다. 특히 골목길을 돌아보는 일은 매우 유익한 일이다. 두 발로 걷는 것이 정석이지만 때로는 자전거를 이용해서 빠르게 유영하듯 휘적휘적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것을 나는 생활의 발견, 일상의 발견이라고 말하고 싶다. 마음의 개안, 눈뜸이다. 이러한 눈뜸이 우리들 인생 하루하루를 싱싱하게 만들어주고 즐겁게 만들어주고 유용하고 유익하게 만들어 주고 끝내는 행복한 마음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이 얼마나 감사한 노릇인가!
우선 여행을 도모하는 것은 일상의 지루함 때문이다. 일탈의 유혹 때문이다. 이 때 일상은 구심력이 되고 여행지는 원심력이 된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일상의 지루함과 따분함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과 동일한 것이다. 충분히 열심히 잘 살았으니 이제 떠남은 당신의 몫이 될 것이다.
그래 떠나라! 일단 가방을 꾸려 어떤 종류든 탈것에 오르기만 하면 낯설음과 새로움이 구심력이 되고 지루했던 일상이 원심력이 된다. 조금씩 발버둥 치며 빨려 들어가는 낯설음의 세상! 며칠이고 되풀이되는 여행의 일정. 그 눈부심! 이제는 변화무쌍이 일상이 된다. 여행지의 낯설음과 새로움이 좋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일정이 계속되면서 조금씩 피곤감을 느끼며 떠나온 일상의 그 따분함과 나른함과 편안함이 그리워지기도 하리라. 그렇게 되면 두고 온 일상이, 그 따분함과 낯설음과 편안함이 원심력이 되고 여행지의 새로움과 낯설음이 구심력이 된다. 정작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목적이 여기에 있다. 아 그곳이 좋다.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일상의 그 따분함과 지루함과 편안함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
실상 여행의 진정한 목적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갖는 데에 있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오던 삶을 저렇게 살도록 바꾸는 데에 있다. 나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이며 내가 진정 살고 싶었던 나의 삶은 또 어떤 것이었던가? 그것을 찾아내고 돌아와 그대로 살아보도록 노력하는 데에 있다.
사랑하는 당신! 정말로 당신의 삶이 지루하고 따분하고 무의미하기만 한가? 그렇다면 조금은 무리를 해서라도 떠나라! 멀리 떠나지 못하면 가까운 곳으로라도 떠나고 그렇지도 못하면 마을의 골목길로라도 떠나라. 거기에 당신이 찾는, 당신이 상상하던 모습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가방을 들고/ 차를 타고 가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내가 있고// 집에 돌아와/ 가방을 정리하면서/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내가 있다// 어떤 것이 진짜 나인가?> 내가 쓴 「여행」이란 시이다. <떠나 온 곳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것은 또 다른 「여행」이란 글이다.

나태주 시인
전통적 서정성을 바탕으로 자연의 아름다움, 삶의 정경, 인정과 사랑을 써내려가는 시인 나태주.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란 문구로 큰 사랑을 받은 시 <풀꽃>을 지었다. 최근 <풍경이 풍경에게> 포토에세이와 시집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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